외대 근처 제 인생의 초밥집이 있습니다.
이름은 주수사인데요,
언젠가 제 삶의 마지막 초밥을 먹는 날이 온다면 그것이 꼭 주수사이길 간절히 기원해봅니다.
초밥 메뉴입니다, 이외에도 회덮밥 등의 식사 메뉴도 있습니다. 보통 초밥을 많이 드시는 듯.
초밥 세트를 시키면 물고기 머리를 큼직하게 구워서 먼저 내어주십니다. 사실 소금간이 삼삼하게 된 이 물고기와 미소스프, 그리고 하얀 쌀밥이라면 훌륭한 한 끼가 될 것 같기도 합니다.
제일 먼저 초밥왕 셰프님께서 다꽝과 생강, 초마늘을 뭉탱이로 줍니다.
오픈키친 형식의 주방에서 초밥왕님께서 초밥을 쉴새없이 쥐고 계십니다. 간결하고 힘있는 손놀림의 나의 마음은 녹아내립니다. 이 초밥 하나를 쥐기위해 손에 물기 마를 날 없은 시간을 보내온 그의 손동작은 차라리 예술에 가깝습니다.
정신이 팔려 연어초밥과 피조개 초밥은 찍지 못했습니다.
여전히 주수사의 초밥은 최고 입니다. 횟감이 입안을 가득 채워 씹고 있자니 턱이 아픕니다. 이 풍요로운 입의 사치는 나 어릴 적 어미의 젖을 빨 때 이후 처음이 아닐까 싶습니다. 내 입의 촉감들이 부족함없이 만족으로 채워진 유아의 본능을 생각나게 합니다.
이것은 초밥의 이데아 입니다. 여기저기서 초밥의 환영들을 접하다 이 곳에서 원래 초밥, 바로 태초의 초밥을 만나게 되었습니다. 수 많은 사람들이 최고의 초밥을 만나기 위해 초밥집을 기웃거리지만 모두 헛수고 입니다. 바로 그 초밥은 이 곳에 있기 때문입니다.
마무리로는 날치알 마끼를 주문합니다, 단돈 천원.
'내 짧은 삶에 천원짜리 한 장을 이토록 값지게 쓴 적이 있었나.'
마끼를 먹으며 참회의 눈물을 쏟았습니다. 하지만 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찬란한 법, 오이와 날치알, 밥의 조화를 혀로 느끼며 푸른 오이의 에너지를 위장 깊숙히 찔러 넣습니다.
아, 이것은 참으로 환상의 디져트.
난 이 글을 보는 여러분들이 주수사에 가지 않길 바랍니다. 초밥의 스텐다드를 높이지 마시고 현재의 미천한 초밥들에 만족하는 것도 행복의 방법일 수 있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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